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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OD — Ep. 01

Bass Chronicle I
What I Played

좋은 악기는 소리를 남기고, 오래 함께한 악기는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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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ong Herbie Hancock — Actual Proof →

FENDER JAZZ '63 ORIGINAL과 함께한 나의 입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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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한때 세 대의 베이스가 있었다.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악기'의 기준이었고, 하나는 음악가로서 일하던 시간을 함께했고, 또 하나는 처음에는 그저 갖고 싶었던 욕심에서 시작됐다.

첫 번째 크로니클은 내가 어떤 베이스를 들고 연주자로 살아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세 대는 한동안 내 연주 생활의 중심이었다.

좋아서 샀던 악기도 있었고, 필요해서 선택했던 악기도 있었고, 스승님께 건네받은 악기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 악기들을 통해 내가 어떤 연주자인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Fender Jazz '63, Jazz Standard '95, Precision '78 세 대의 베이스 photo by VISIUM PRODUCTION
왼쪽부터 Fender Jazz '63 Original / Fender Jazz Standard 50th Anniversary '95 / Fender Precision '78.
01

Fender Jazz '63 Original

Fender Jazz '63 Original 바디와 핏가드 디테일
Fender Jazz '63 Original.

정말 좋은 악기였다.
내게는 모든 악기 중의 왕 같은 존재였다.

Pre-CBS와 Brazilian Rosewood Fender의 매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해준 악기였고, 그로 인해 다른 Pre-CBS 악기 구매해도 그저 이 악기의 뛰어남을 증명시켜 줄 정도뿐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한창 진행하던 때부터 2026년까지 거의 20년 가까이를 가지고 있었다. 입시 실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당시 사용하던 Fender '78 Jazz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사고가 발생했고, 낙담하던 그때 스승님께서 이 악기를 물려주셨다.

그렇게 내게 온 이 악기로 정말 많은 걸 함께했다.

Herbie Hancock의 Actual Proof와 만족스러운 입시 결과를 시작으로, 각종 녹음과 세션은 물론이고 CJ Tune-Up 결승 무대도 이 악기와 함께했고, 우승했다. 나는 이 악기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후 '64 Custom Shop을 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좋은 악기'와 '의미 있는 악기를 되찾고 싶다'라는 생각은 나만 가지는 것은 아니었다.

2026년 초, 스승님께서 이 악기가 많이 생각난다고 연락을 주셨다. 너무 좋아하는 악기였기에 처음에는 돌려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 무렵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예전의 악기들을 하나씩 데려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됐다.
내게 정말 중요한 악기는 무엇인가.

좋은 악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 또한 추억과 기억이 깃든, 인생에 남을 악기를 되찾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이 악기를 다시 돌려드렸다. 스승님께서는 현재의 적정 가치로 배려해주셨고, 대금은 어머니 통장으로 바로 들어갔다. 어머니께선 의도치 않은 투자 수익도 얻게 된 셈이다.

내가 사랑했던 악기를, 다시 그 악기를 사랑했던 사람에게 돌려드린 만족감이 더 크다.

지금도 자주 생각나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후회는 없다.

02

Fender Jazz Standard 50th Anniversary '95

Fender Jazz Standard 50th Anniversary '95 연주 현장
Fender Jazz Standard 50th Anniversary '95.

나는 한때 Fender는 충분히 경험했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고, 마침 필요해지던 5현 베이스기타는 이미 많던 좋은 다른 브랜드를 써보고 싶었다. Fodera의 Monarch와 Emperor도 써보고, Ken Smith의 Black Tiger 시리즈, Xotic, Performance, Music Man, Sadowsky도 사용해봤다.

좋은 악기는 많았지만 결국 내 손에 가장 잘 맞는 것은 Fender였다. 이 Crimson Red의 5현 Jazz Standard 위에 올라탔다.

이 악기로도 정말 많은 일을 했다. '64 Custom Shop이 내가 4현으로 가장 많은 일을 함께한 악기라면, 이 악기는 내가 보유했던 5현 중 가장 일을 많이, 함께한 악기다. 특히 Moollon의 3 Plus와 함께했을 때의 조합을 좋아했다.

돌이켜보면 이 악기는 화려한 이야기를 가진 악기라기보다, 내가 음악가로서 실제로 가장 많이 움직였던 시간을 함께한 악기에 가깝다.

공연. 녹음. 세션. 매일의 일. 그리고 정산금.

어쩌면 평범한 연주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한 하루보다 그런 감사한 평범한 날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악기는 그 시간을 기억한다.

03

Fender Precision '78

Fender Precision '78과 REDDI 다이렉트 박스
Fender Precision '78.

처음에는 욕심이었다.
그냥 너무 갖고 싶었다.

색감도 좋았고, 오래된 악기 특유의 에이징된 모습도 좋았다. 그리고 소리도 정말 좋았다. 직전에 사용했던 '66 Original Precision보다도 넥감과 소리 등 부족한 점 없이 오히려 더 좋았다.

가장 친한 친구의 데뷔 앨범도 이 악기로 전부 녹음했고, 이 악기로 CJ Tune-Up 우승 공연도 했다.

특히 Reddi와 함께했을 때의 소리가 참 좋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갖고 싶다."로 시작했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니 그 악기에는 사람과 음악과 시간이 들어 있었다.

세 대의 헤드스톡 클로즈업 photo by VISIUM PRODUCTION

Three of Them

한동안의 연주일생 중 이 세 대가 내 마음속 메인 악기였다.

'63 Jazz는 내게 기준을 알려줬고, '95 Jazz는 내가 실제로 일하는 연주자로 살아가는 시간을 함께했고, '78 Precision은 어떠한 선택도 결국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남겼다.

그러다 군입대를 하며 악기가 많으면 관리가 어려워질 것 같아 갖고 있던 대부분의 다른 악기와 함께 '78 Precision을 먼저 떠나보냈고, '63 Original과 5현 Jazz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결국 2026년 초, '63 Original도 내 곁을 떠났다.

지금 이 세 대 중 내게 남아 있는 것은 크림슨 레드의 5현 Jazz Standard 하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기를 하나씩 떠나보낼수록 내가 가진 것이 줄어드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어떤 음악을 하며 살아왔는지가 더 선명해졌다.

예전에는 좋은 악기란 비싼 악기이며 그것들을 종류별로 많이 경험하고 보유하는 것이 좋은 연주자의 바른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악기가 나를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그 악기를 들고 보낸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떤 악기는 내 곁에 계속 남아 있지 않아도 이미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 있다.

스튜디오 조명 아래 세 대의 베이스 photo by VISIUM PRODUCTION
My First Tripod
  1. 01 Fender Jazz '63 Original
  2. 02 Fender Jazz Standard '95
  3. 03 Fender Precision '78
One Song

Herbie Hancock — "Actual Proof"

FENDER JAZZ '63 ORIGINAL과 함께한 나의 입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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